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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방언이 가진 교육적 가치
제가 근무했던 학교는 지역 방언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섞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들으며, “이걸 그냥 교실 밖 언어로만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언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어 중심 수업 속에서 방언을 단순히 교정해야 할 말로만 보는 시선이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저는 그때부터 방언을 학습 자원으로 활용하는 작은 시도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2. 아이들과 함께한 방언 수업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부모님이 쓰시는 말 중에 표준어랑 다른 걸 적어보자”고 과제를 냈습니다. 아이들은 “고무줄”을 “줄넘기줄”이라고 쓰거나, “된장국”을 “된장찌개”라고 구분하는 등 다양한 표현을 가져왔습니다. 교실에서 발표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이 “그런 말도 있어요?”라며 신기해하며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말이 다르다는 사실을 즐겁게 발견했고, 자연스럽게 언어의 다양성과 상대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교실은 웃음과 호기심으로 가득했지요.
3. 교과와의 연결 활동
방언 수업은 국어 교과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단어의 어원과 변화 과정을 조사하면서 언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탐구하게 했습니다. 또 미술 시간에는 방언 단어를 주제로 만화 컷을 그리게 했더니, 아이들이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담아내며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국어사전과 비교하면서 표준어와 방언을 함께 정리하는 활동은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던 점은, 아이들이 수업이 끝난 뒤 복도에서도 계속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말해”라며 끝없는 대화를 이어갔다는 것입니다.
4. 확장과 성찰
학부모 상담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랑 집에서 오랫동안 우리 고장 말을 나눴다”며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방언 수업이 단순히 교실의 언어 학습을 넘어서, 가정과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표준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자란 언어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경험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뿌리 의식을 키우고, 동시에 다른 언어를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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