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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 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제가 학급을 맡고 난 뒤, 아이들이 갈등 상황에서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걸 자주 느꼈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말로 풀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거나, 반대로 억지 웃음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서 시도한 것이 ‘감정 일기 쓰기’였습니다. 하루에 딱 5분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적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망설이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오늘은 화가 났어요”, “기분이 좋았어요”처럼 짧지만 진솔한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문장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2. 낭독 활동이 만들어낸 변화
일기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할 경우 친구들 앞에서 한두 줄 낭독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발표하던 아이들이 차츰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랑 싸워서 속상했어”, “오늘 아침에 강아지가 나를 반겨줘서 행복했어” 같은 말들이 교실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들으면서 “나도 그런 적 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조용히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날 이후 교실의 공기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말수 적던 아이가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친구들 간에도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늘어났습니다.
3. 교실 속 따뜻한 순간들
어느 날 한 학생이 “오늘은 발표를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을 때, 다른 아이가 “괜찮아, 네 마음이니까”라고 말하며 기다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이 활동의 진짜 의미를 보았습니다. 단순히 글을 쓰고 읽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과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듣고 공감하는 힘을 키워갔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 보였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서로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4. 교육적 시사점
감정 일기 낭독 활동은 교실에서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큰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표현하는 훈련을 하는 동시에, 다른 친구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가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자세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안전한 공간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활동은 아이들의 생활 전반으로 이어졌고, 친구 관계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감정을 조금 더 솔직히 나누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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